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보다는 장점이 많은 선거제도라는 것은 이해가 되셨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강조하면,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갖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어떻게든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시민운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도 그렇고, 캐나다도 그렇다. 캐나다의 경우에도 총선에서 39% 정도를 득표한 정당이 54%의석을 차지해서 100% 권력을 획득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표심이 왜곡되는 것이다. 61%유권자들의 의사는 무시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래서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자유당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약속하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최근 말 바꾸기를 하는 바람에 캐나다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캐나다의 시민단체들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공장한 투표, 캐나다' 같은 단체들을 결성해서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하고 있다.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하게 되고, 다양한 의제들이 의회에서 논의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인 네덜란드에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물을 위한 당'이 국회에서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네덜란드만이 아니라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택한 나라에서는 소외되는 의제, 소외되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함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나라, 노동시간이 짧고 실질임금이 높은 나라, 임금격차가 적은 나라, 모두 비례대표제 국가들이다. 그 이유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유력한 정당으로 국회 내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비례대표가 장식품에 불과한 병립형 비례대표제 포함)를 택하고 있는 미국, 일본, 한국은 노동조합 조직률도 낮고 노동시간도 길다.

대한민국의 경우에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25.1%(2012년 기준)로, OECD 평균 16.3%를 훨씬 웃도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우리보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은 국가는 25.3%를 기록한 미국이었다. 미국은 대표적인 소선거구제 국가로,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다. 반면에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벨리에(3.4%)인데, 벨기에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가이다(2015년).

대한민국의 경우 2014년 기준 여성 임금 중간 값이 남성에 비해 36.7%나 적었다. 임금의 남녀격차가 OECD에서 가장 높은 편이었다. 한국과 반대로 남녀 임금 차이가 제일 적은 나라는 벨기에(3.3%)였다.


뉴질랜드는 본래 소선거구제 국가였다. 그래서 20%를 득표해도 국회의석은 거의 못 차지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1981년 뉴질랜드 총선에서 20.7%를 차지한 사회신용당은 의석을 2%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표심의 왜곡되어 온 것이다. 그래서 뉴질랜드는 1993년 국민투표까지 거쳐서 선거제도를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꿨다.

그 다음에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변화는 어떤 것일까? 최저임금 인상, 고소득층 증세 단행, 민영화되었던 산재보험국유화, 실질임금 상승, 공공주택임대사업 개선, 노동조합의 지위강화 같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거대 양당제 였던 뉴질랜드 의회가 다당 구조로 바뀌면서 다수의 시민들이 바라던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던 뉴질랜드 사회가 다시 방향을 잡게 된 것은 선거제도 개혁 덕분이었다.


출처 : 비례민주주의연대

앞서 설명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면, 이렇다. 독일 연방하원의원은 총 598명이 있는데, 일단 이 598명을 지역구 299명, 비례대표 299명으로 나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진다.

중요한 것은 각 정당별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할 때에는 299명의 비례대표만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598명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 정당은 자기 정당이 배분받은 의석 안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인정하고 모자라는 것은 비례대표 후보자로 채우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과 뉴질랜드 등이 채택하고 있는 '지역구 선거가 있는 비례대표제'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적응하기가 아주 쉬운 방식이다. 지금처럼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투표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표를 계산해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만 달라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는 국가인 독일, 뉴질랜드 식 제도를 보면,

1) 우선 각 정당이 얻은 정당득표율(비례대표 득표율)을 계산하여 전체 의석을 득표율대로 배분하다. 가령 총 100석의 의석이 있는데, A 정당이 30%를 득표했다면, A정당에게 30석을 일단 배분하는 것이다.

2) 30석을 배분받은 A정당이 지역구에서 낸 후보 중 20명이 당선됐다면, 지역구 당선자는 우선 인정한다. 그리고 모자라는 10석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만약 A정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1명도 없다면 A정당은 배분받은 30석 전체를 비례대표로 채운다. 반대로 A정당이 지역구에서 30석 모두 당선되었다면 A정당은 비례대표 배분이 없다. 중요한 것은 정당득표율이고 정당득표율대로 배분받은 의석 안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먼저 채우고 모자라는 것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자주 나오는 질문이 '만약 A정당이 30석을 배분받았는데, 지역구에서 31명이 당선되면 어떻게 하느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초과의석이라고 한다. 독일과 뉴질랜드에서는 최과의석이 발생하면, 일단 인정을 해 준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을 무효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의 비례성은 훼손되게 된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에는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다른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더 나눠준다. 이것을 보정의석이라고 한다. 결국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최대한 맞추겠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그 정당이 조금 이익을 보게 놔둔다. 그렇게 하더라도 뉴질랜드에서는 초과의석이 별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