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면, 이렇다. 독일 연방하원의원은 총 598명이 있는데, 일단 이 598명을 지역구 299명, 비례대표 299명으로 나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던진다.

중요한 것은 각 정당별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할 때에는 299명의 비례대표만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598명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 정당은 자기 정당이 배분받은 의석 안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인정하고 모자라는 것은 비례대표 후보자로 채우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과 뉴질랜드 등이 채택하고 있는 '지역구 선거가 있는 비례대표제'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적응하기가 아주 쉬운 방식이다. 지금처럼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투표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표를 계산해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만 달라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는 국가인 독일, 뉴질랜드 식 제도를 보면,

1) 우선 각 정당이 얻은 정당득표율(비례대표 득표율)을 계산하여 전체 의석을 득표율대로 배분하다. 가령 총 100석의 의석이 있는데, A 정당이 30%를 득표했다면, A정당에게 30석을 일단 배분하는 것이다.

2) 30석을 배분받은 A정당이 지역구에서 낸 후보 중 20명이 당선됐다면, 지역구 당선자는 우선 인정한다. 그리고 모자라는 10석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만약 A정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1명도 없다면 A정당은 배분받은 30석 전체를 비례대표로 채운다. 반대로 A정당이 지역구에서 30석 모두 당선되었다면 A정당은 비례대표 배분이 없다. 중요한 것은 정당득표율이고 정당득표율대로 배분받은 의석 안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먼저 채우고 모자라는 것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자주 나오는 질문이 '만약 A정당이 30석을 배분받았는데, 지역구에서 31명이 당선되면 어떻게 하느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초과의석이라고 한다. 독일과 뉴질랜드에서는 최과의석이 발생하면, 일단 인정을 해 준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을 무효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의 비례성은 훼손되게 된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에는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다른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더 나눠준다. 이것을 보정의석이라고 한다. 결국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최대한 맞추겠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그 정당이 조금 이익을 보게 놔둔다. 그렇게 하더라도 뉴질랜드에서는 초과의석이 별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더 나은 선거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아래의 내용과 같다.

1) 표심을 반영해서 국회/지방의회의 의석이 공정하게 배분된다.

2) 다양한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고, 다양한 계층, 연령대, 성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므로 정책의 질이 향상된다.

4) 지역구 선거가 의회구성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득표율에 의석배분을 좌우하게 되므로 지역구도가 완화될 수 있다.


세계행복도조사에서 1위를 여러 번 차지했고, 부패 없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덴마크는 대표적인 비례대표제 국가이다. 덴마크의 선거제도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175석의 국회의석을 배분하고, 섬 지역에 추가로 4석의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175석의 국회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1) 다양한 정당이 국회내에 들어간다(다당제).  2) 그리고 1위를 차지한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수가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여러 정당들이 연합하여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각 정당들은 자기 정당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정책협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이 채택되고, 소수정당의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연립정부 구성과정에서 관철시킬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정당들이 선거에서 더 높은 득표를 얻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정책으로 토론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이 행복도 1위 덴마크의 행복비결이다.


국제적인 비교조사를 보면, 선거제도가 한 국가의 행복도나 민주주의 수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016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행복도 1~5위까지를 차지한 국가들은 대표적인 비례대표제 국가들이었다. 6위를 차지한 캐나다의 경우에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표심을 왜곡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로는 캐나다의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행복도 56위(2017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51위(2017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소득수준에 비해 행복도가 떨어지는 국가들이다. 그 이유를 선거제도와 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복지, 교육, 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필요한데,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제도를 갖고는 그런 정치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부패가 가장 적은 국가들을 뽑아보더라도, 모두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서로 견제, 감시하는 정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지수에서 상위6위내에 들어가는 국가들도 모두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한국의 지역주의는 표심을 왜곡시키는 선거제도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부산, 울산, 경남에서 국회의원 1사람을 당선시키는데 필요한 표수는 새누리당은 49,728표였던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7배나 많은 표가 필요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평균적으로 25%정도를 득표하며 2등을 한 지역구가 많았지만, 2등을 찍은 표는 전부 사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심각하게 불일치하게 된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25%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을 7.7%밖에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51.2%를 득표한 새누리당이 무려 92.3%의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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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도 선거제도가 고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 선거제도도 바뀌어왔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지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해방이후인 1948년부터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1963년 박정희 정권때 '전국구'라는 이름으로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되입됐다. 대한민국의 '전국구'는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 아니고, 독재정권이 안정적으로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전두환 정권당시의 전국구 의석의 배분은 최다의석을 얻은 정당이 3분의2를 차지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여타 정당이 의석수 비율대로 갖도록 했다. 대통령 소속정당이 지역구에서 혹시라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할까봐, 전국구를 추가배분하기 위해 도입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은 '비례대표'라는 말보다 '전국구'라는 말이 익숙하고, '전국구'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으로 형성됐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대체로 소선거구제를 유지해 왔지만, 유신 정권 때와 전두환 정권 때 잠깐 중선거구제를 도입했었다. 1선거구제에서 2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도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한 수단이었다. 1선거구제에서 2명을 뽑으면, 여당이 우선 1석을 확보하고 나머지를 여당이 1석 더 가져가거나 야당이 1석을 나눠가지는 형식이 되기 때문에 정권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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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득표율보다 의석을 더 많이 얻었다. 반대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득표율에 비해 훨씬 적은 의석을 얻었다. 이것은 어느 정당에게 유리 하냐, 불리 하냐, 로 따질 일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이득을 얻는 정당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득표율과 의석비율의 차이가 큰 것은 50%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도 지역구에서는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50%의 지지율에 못 미치고도 당선되는 비율이 5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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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국회의원 선거를 할 때만다 표심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거대 정당 중 한 당이 득표율에 비해 과도하가 많은 의석을 얻어 단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2016년 4월 총선에서는 예외적으로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나오지 않았지만, 2004년, 2008년, 2012년 총선에서는 38.3%, 37.5%, 42.8%를 얻은 정당이 152, 153, 152석을 얻어 단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지난 9년 동안 적폐라고 불리는 일들도 바로 이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다. 2008년에 한나라당이 37.5%의 표를 얻었는데, 단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다(300석 중 153석). 그래서 힘으로 4대강 사업예산 통과, 미디어법 통과를 밀어붙였다. 만약 비례대표제 선거였다면, 37.5%의 득표율로는 한나라당이 절대로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4대강 사업 예산통과는 쉽지 않았다.

또한 2012년 42.8%를 얻은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수를 차지했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자유선진당까지 합치면 160석 가까이를 차지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자유선진당의 득표율을 합쳐서 50%가 안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의 득표율을 합치면 새누리당+자유선전당보다 많았다. 따라서 표심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였다면, 2012년에 이미 '여소야대'가 됐어야 하고, 그랬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이 정도로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이 국회의석 과반수를 차지해서 어느 정도 견제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는 단지 불공정하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정한 거대정당이 득표율에 비해 과다한 의석을 차지해서 독선과 전횡을 저지를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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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같은 선거제도에서는 지역구 후보에게 던지는 1표는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킨다. 민주화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발생한 사표를 2012년 총선 때까지 계산해보니까 71,626,533표가 나왔다.


출처 : 비례민주주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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